2년 넘게 남에게 '연구비 법카' 준 공기업 직원…法 "해임 정당"


서울주택도시공사 전 직원 A씨, 해임 불복해 소송
연구비 법카 무단 제공해 2년9개월간 2120만원 써
"사적 이익 안 취해" 주장…서울행정법원에서 패소
"장기간 걸쳐 비위행위…공기업 청렴성·신뢰 훼손"



자신이 관리하던 국책연구비 법인카드를 2년 9개월여 동안 남에게 주고 2000여만원을 쓰게 한 혐의로 해임된 공기업 직원이 자신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까지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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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진현섭)는 지난 3월 27일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연구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 판정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SH는 지난 2023년 6월 감사 결과 국책과제 실무연구원이던 A씨가 연구개발비 법인카드를 타인에게 줘 쓰도록 하고,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고 판단했다.

A씨는 법인카드를 공동연구기관인 한 대학교 소속 학부생 또는 대학원생들에게 주고 쓰게 했고, 대신 이들에게 사무용 소모품 구입내역을 받아 마치 자신이 카드를 쓴 것처럼 표시해 회계결의서에 첨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이 보낸 내역이 실제 구매한 물품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범정부 연구비통합관리시스템에 탑재하기도 했다.

SH는 A씨를 횡령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같은 해 8월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임 징계를 의결했다.

수사 결과 법인카드를 받은 학생들은 2020년 3월~2022년 12월 총 64차례 합계 약 2120만원을 결제했다. 검찰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A씨를 약식 기소했고, 법원은 지난해 11월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23년 9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그해 11월 기각되자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고, 지난해 1월 기각되자 이번 소송을 냈다.

A씨 측은 다른 사람에게 카드를 준 사실이 있지만 "연구 수행을 원활히 진행해 성과를 내기 위한 것이었을 뿐 사적 의사를 취한 사실이 없다"고 재판에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감사 과정에 '상급자에게 사전에 보고했다면 승인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술한 점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원고 스스로도 위와 같은 법인카드 사용 방식이 허용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집행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장기간에 걸쳐 비위행위를 반복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이미 지난 2015년 연구비 관리 부적정으로 경고 처분을 받은 적 있다며 "참가인(SH)와 원고 사이 신뢰관계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훼손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참가인(SH)의 연구개발비 운영 관련 청렴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연구 전문기관으로서 대외적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라며 "원고에 유리한 정상들까지 충분히 고려해 최종적으로 원고를 해임하기로 의결한 만큼 과중하다 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항소를 포기했고, 판결은 지난달 16일 확정됐다.




법조팀 백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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