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 음주측정 거부해 현행범 체포·벌금형
2001년·2012년 징계 전력도…서울청, 파면 처분
서울행정법원 판결…"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
"10년 넘게 음주운전 않다가 적발…책임 희석돼"
음주운전으로 2차례 징계를 받았던 현직 경찰이 또 음주운전을 하다 걸려 파면을 당했는데, 법원은 징계가 너무 무겁다며 이를 취소했다.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맞으나 10여년 전의 음주운전 전력을 적용해 파면까지 하는 것은 과도했다는 것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덕)는 A 경위가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파면 처분을 취소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023년 10월 25일 A 경위가 2회 또는 3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결과 경찰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했다며 파면했고, A 경위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A 경위는 같은 해 8월 24일 소주를 마시고 운전을 하다 경기 광명시 한 도로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적발됐는데, 음주 측정에 불응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그해 10월 20일 A 경위가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자 징계에 착수했다.
A 경위는 지난 2001년 음주운전으로 견책 처분을 받았고, 2012년엔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해 강등된 상태였다.
당시 경찰공무원 징계령 세부시행규칙상 2회 이상 음주운전은 중징계인 파면·해임·강등에 해당하고, 3회 이상 적발된 경찰공무원은 파면 또는 해임하게 돼 있었다.
경찰이 파면되면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자격을 잃고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도 당초 액수의 절반으로 깎인다.
그러나 재판부는 A 경위의 음주운전 전력은 10여년의 간격을 두고 오래전 발생한 행위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라고 봤다. 경찰 당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무효라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를 공직에서 배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다"면서도 "11년 전, 22년 전 발생한 음주운전 전력의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이 상당 부분 희석됐을 뿐만 아니라 그 전력이 공직기강이나 공무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어 "10년 넘는 기간 음주운전을 하지 않다 다시 음주운전을 한 사례와 단기간 반복적으로 음주운전을 한 사례는 징계의 필요성과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양정기준 중 가장 강한 징계의 종류를 선택한 이상, 이 사건 파면 처분이 양정기준의 범위 내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징계양정이 적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A 경위는) 약 32년간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여러 차례 포상을 받는 등 비교적 성실하게 근무해 왔다"며 "파면으로 퇴직급여 및 수당이 2분의 1 감액돼 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경찰이 항소를 포기하며 판결은 지난달 12일 확정됐다.
사회부 법조팀 김 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