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청 인근의 도로 위,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개한 화단 옆에 붉은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낀다. 현수막에는 굵은 글씨로 "살인 태양광"이라는 표현이 적혀 있다.
평범해 보이는 어르신 부부가 마스크를 쓴 채, 몇달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동차가 쉴 새 없이 오가는 인도 가장자리에서, 그들은 조용하지만 절박하게 외치고 있다.
이날 아침, 김덕수 씨가 이 시위 현장을 찾았다. 그는 현수막을 들고 있던 어르신 부부와 함께 자리에 앉아 긴 대화를 나눴다.
사진 속에서 그는 어르신들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듯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단순한 방문자가 아니었다. 고령의 시위자들이 위험한 도로 위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 속에 숨은 억울함과 외면당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듣고자 한 것이다.
이 시위는 단순한 민원이 아니다. 태양광 관련 민간 사업과 행정 절차에서 발생한 갈등, 그리고 그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쌓인 결과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통로가 막혀 있다고 판단한 고령의 부부는 결국 가장 원초적인 방식인 '길거리 시위'를 택했다. 위험하고 불편한 자리에서 수개월째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단지 화가 나서가 아니라 절박하기 때문이다.
노부부는 "시민의 절규 앞에 행정이 먼저 다가와 그 억울함과 귀 기울여주고 해결방안도 찾아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면서, "시청마저 법적인 대응 방식만을 내놓으면 힘없는 시민들이 뭘 할 수 있겠느냐"며 하소연을 했다.
선진 행정 또는 적극 행정이라는 어떤 거창한 용어가 아니라, 시민들 삶 속에 행정이 시민을 상대로 ‘적’처럼 대하는 순간, 지역사회는 더 이상 건강할 수 없다.
김덕수 씨의 방문은 작은 울림이었다. 그는 말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을 향해 손을 내밀고, 그들의 말을 듣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지방자치의 선진 행정은 그리 거창한 용어가 아니다.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 귀를 기울이고, 불편과 억울함이 제도 속에서 해소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정의 역할이다.
태양광을 둘러싼 갈등이 단지 정책의 문제가 아닌, 삶의 문제로 이어진 지금, 나주시 행정은 무엇을 보고 있고,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