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9000만원 상당 생명보험금 수익자 본인으로 지정
부산고법 "졸피뎀 먹인 뒤 불상 방법으로 살해"
보험 서류 위조 혐의 보험설계사는 무죄로 뒤집혀
수억 원에 달하는 생명보험금 등을 노리고 고교 동창을 필리핀에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가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주호)는 22일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40대)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무기징역을 유지했다.
A씨와 함께 생명보험 서류 위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보험설계사 B(40대)씨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1월 필리핀 보라카이의 숙소에서 고교 동창 C(30대)씨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넣은 숙취해소제를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A씨는 2019년 2~5월 경제적인 중·고교 시절부터 친분을 쌓아 온 C씨에게 연 5~8%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속이고 2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C씨가 빚을 독촉하자 A씨는 친분이 있던 B씨와 공모해 2019년 A씨를 사망수익자로 하는 C씨 명의의 보험청약서를 위조하고, 이를 보험사에 제출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실제 C씨가 숨진 뒤 A씨는 올 1월 부산지법에 보험회사를 상대로 사망보험금 약 6억9000만원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또 허위 공증서를 만들어 C씨 유족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사기미수죄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이 사건 두 번째 보험계약 관련 A씨가 보험계약 청약서 전부를 위조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조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서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의 강도살인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A씨는 항소심에서 "이 사건이 시신이 없는 살인 사건인 만큼 피해자가 알코올 과다 섭취로 인한 사망 또는 졸피뎀과 알코올의 상호작용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A씨가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졸피뎀을 먹여 저항하지 못하게 한 뒤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사망의 원인으로 상정할 수 있는 여러 원인 중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제3자에 의해 타살됐을 가능성, 돌연사, 자연사 등의 이유는 여러 증거에 의해 배제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가 사망한 채로 발견될 당시까지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은 A씨가 유일한 점 등을 볼 때 피해자의 사망 원인 중 가장 유력하고,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 시민들이 수긍할 합리적인 가능성은 결국 사망 당시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A씨의 의도적인 개입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 사건 당시 A씨가 피해자의 사망으로 얻을 수 있는 채무 면탈 및 거액의 사망 보험금, 허위 공증서에 의한 금전적 이익 등 A씨가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동기나 목적도 충분하다"면서 "특히 A씨는 귀국하기도 전에 B씨에게 피해자 사망 사실을 알리면서 보험금 청구를 부탁하고, 유족들에게 피해자가 생전에 빌린 돈이 있다고 거짓말하는 등 A씨의 일련의 행동은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하거나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비록 A씨의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함에도 불구하고 A씨에 대해서는 무기징역을 선고함이 상당하다"면서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