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 앞두고 삼풍운동·신기술 신사업 추진 행보 등
내달 폐광을 앞둔 대한석탄공사가 조직의 마지막 여정을 앞두고, '폐광 이후' 준비는 뒷전인 채 사장의 독선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행보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노동조합은 “폐광정리가 아니라 막장 코미디”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22일, 대한석탄공사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김규환 사장의 행보를 ‘기행’이라 규정하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성명서의 제목은 다름 아닌 ‘사장은 더 이상 노동자를 우롱하지 마라’였다.
김규환 사장은 지난해 11월, 석탄공사 마지막 사장으로 취임했다. 현장 기술자 출신이라는 경력에 내부 기대도 있었지만, 부임 한 달여 만에 꺼내든 발언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석탄공사 100년 존속"을 외친 것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2025년 조기 폐광이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조직의 존립을 주장하며 '100년 석공'을 운운한 그의 발언은 공사 내부를 충격에 빠뜨렸다. 더구나 노조와의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비전을 제시하며 ‘진지한 소통의 부재’라는 비판이 거세졌다.
김 사장은 ‘꽃바람, 행복바람, 창조혁신바람’이라는 이른바 ‘삼풍운동’을 내세우며 조직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고 주장하지만, 내부 반응은 싸늘하다.
성명서에 따르면 조찬 강연 참석을 이유로 오전 7시 출근을 강요하는가 하면, 직원 의견 수렴도 없이 특정 은행 현금인출기(ATM) 철거를 지시하는 등 공사를 마치 자신의 사유물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사장 지인의 방문을 이유로 구내식당 이용 시간을 조정했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황당하다. 노조는 이를 "현장 혼란을 야기하고 직원 사기를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김 사장이 신사업과 기술개발에 몰두하는 것도 문제 삼았다. “지금 석탄공사의 핵심 과제는 사업 정리와 인력 구조조정, 퇴직자 보상이다. 하지만 김 사장은 현실은 외면한 채 허상에 집착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노조는 김 사장이 신사업을 추진하려면 구체적인 계획과 구성원 의견 수렴부터 시작하라며, 지금과 같은 독단적 행보는 “공감 없는 헛바람”이라고 날을 세웠다.
결국 노조는 김규환 사장의 퇴진 운동에 돌입, 이사회에 해임 건의안까지 제출했다. 노조 관계자는 “독선적인 경영, 편파적인 인사, 황당한 기행까지 반복되며 더 이상 공기업의 수장으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단호히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폐광 정리에 김인수 본부장이 끝까지 맡아야 한다고 강조하던 사장이 그의 퇴임을 요구하고 이에 항의하는 실장을 도계광업소로 전출시켰다"며 "독선과 기행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고 퇴진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국가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던 대한석탄공사는 6월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런데 이 마지막 장면이 혼란과 불신으로 얼룩지고 있다. 남은 시간, 공사의 존엄을 지키는 데 필요한 건 ‘백일몽’이 아니라, 현실과 마주할 용기와 책임감이다.
강원 방윤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