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은 터져 나오지만 변화는 더디다
강원랜드의 '나태한 서비스', 고객도 책임 없나
국내 유일의 합법 카지노, 강원랜드가 고객 불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비스와 운영, 시설 전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작 고객 스스로의 침묵과 무관심이 이 같은 ‘나태한 서비스’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은 강원랜드 실시간 잭팟 정보 제공 앱 '잡수다' 게시판을 중심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4월15일 이용자 M씨는 ‘아니 도대체 뭐 하는 겁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강원랜드와 고객 양측 모두를 강하게 질타했다. 해당 게시물은 2300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공감을 얻었다.
해당 글은 “강원랜드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책임감을 갖지 않고 피동적으로 일하며, 고객 불편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문제는 고객 자신에게 있다”며 “기본적인 권리조차 주장하지 않고, 부당한 대우에도 게임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강원랜드를 더욱 나태하게 만든다”고 직격했다.
이처럼 고객의 침묵이 강원랜드의 방만한 운영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실제로 강원랜드는 현재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화장실과 흡연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주말이나 연휴에는 객장이 만원이라 게임을 하기 위해 자리를 찾아 배회하는 고객들이 넘쳐나고, 슬롯머신 이용자들은 자리 확보를 위해 식사조차 대용식으로 해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도 카지노 ARS를 누른다’의 저자 이겨울 씨는 “슬롯머신 고객들은 자리를 빼앗길까봐 식사를 빵과 우유로 해결한다”며 “테이블 게임에는 최대 3시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지는데, 머신 이용자에게 최소 30분의 식사시간도 보장해 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식음료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라멘은 인스턴트 라면에 국물만 부은 수준", "돈가스는 차갑게 나왔다"는 고객들의 평가 속에 강원랜드 레스토랑 팬지는 "고속도로 휴게소보다 못하다"는 혹평까지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만은 단발성에 그치고, 지속적인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강원랜드의 ‘콤프’ 시스템이다.
고객들은 “2000원짜리 머신을 1500번 돌려야 3만원 적립이 가능하며, 이는 환수율을 감안하면 300만원 이상을 잃어야 하는 구조”라며 “고객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고객 응대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부부나 연인, 친지 간의 자리 양보조차 ‘규정 위반’이라며 기계적인 제재를 가하는 운영 방침은 고객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닉네임 ‘인생 나그네’ 고객은 “상황실에 직접 항의하고 온라인 고객의 소리에 호소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규정상 절대 불가’라는 앵무새 같은 답변”이라며 “서비스 마인드 자체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원랜드 관계자는 “지난해 K-HIT프로젝트와 함께 고객서비스 혁신을 위해 스마트 입장시스템 도입과 시설개선 등에 나서고 있다”며 “팬지식당 확장이전 및 고객불편 해소에 적극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쏟아지는 불만에도 불구하고, 고객 스스로가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정도는 당연한 것’이라는 무기력한 순응이 강원랜드의 현 상태를 더욱 굳건히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비판이다.
잡수다 앱을 개발한 땡원장은 “강원랜드의 서비스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고객들도 강원랜드의 규정을 넘을 수 없는 높은 산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서비스 혁신에 힘을 보태기보다 당연히 받아들이는 패배의식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게이밈관광전문인협회 이기원 고문은 “카지노 산업은 최고의 서비스 산업이기에 고객 서비스에 최고의 가치를 두어야 할 것”이라며 “공기업과 독점기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서비스 혁신은 요원하다”고 전했다.
고객의 권리 주장 없이는 변화도 없다. 서비스는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강원랜드가 변화하려면, 고객들 역시 "권리에는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강원 방윤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