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 내란 혐의 재판
박창균 전 영등포서 형사과장 통화 내용 재생돼
박 전 과장 "정치인 체포 뜻인지 몰랐다" 부인해
'12·3 비상계엄' 당일 국군방첩사령부가 국회에 '체포조'를 투입하려 한다며 지원 명단을 요청하는 경찰 간부들 통화가 법정에서 재생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29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치안감) 등에 대한 속행 공판을 열고 증인으로 출석한 박창균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1과장을 신문했다.
그는 계엄 당일 방첩사로부터 정치인 체포조 인력 지원 요청을 받은 이현일 전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을 통해 '국수본 지원인력 명단'을 보낸 것으로 조사된 인물이다.
검찰은 이날 신문 초반에 증거로 채택된 박 전 과장과 이현일 전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의 통화 녹음을 재생했다.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57분께 이 전 계장은 박 전 과장에게 "지금 방첩사에서 국회 체포조를 보낼 것이다. 같이 움직여야 될 형사 5명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어 5분여 뒤 통화에서 이 전 계장은 "경찰 티나지 않게 사복을 입게 하라. 형사 조끼 입히지 말고"라고 지시한다.
통화에서 박 전 과장이 "누굴 체포하는거냐"고 물었는데, 이 전 계장의 답변은 "국회를 가면 누구를 체포하겠냐"였다. 곧이어 박 전 과장이 한숨을 쉬자, 이 전 계장은 "일이 크다"며 "빨리 명단을 달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어 계엄 해제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오전 11시58분께 두 사람 간의 통화 녹음도 법정에서 틀었다. 통화에서 박 전 과장은 "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 했나" 물었고, 이 전 계장은 "현장에서 지원해달라고 하니까.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않나"고 다독이듯 말했다.
두 사람은 통화에서 '국회의원들 차단했나', '확인되면 출입시켰다. 중간에 전면 차단했다. 아마 포고령이 나와서 그런 것 같다'는 식의 대화를 이어갔다. 둘은 계엄 당일 국회 출입을 차단한 것을 두고는 "국회경비대장(목현태 총경)이 독박을 쓸 거 같다"는 식의 대화도 주고 받았다.
박 전 과장은 재판에서 통화 내용을 인정했으나 정치인 체포 지시를 사전에 받았거나 방첩사에 지원해 준 경찰 병력이 체포 활동을 벌이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검찰은 이 전 계장이 '국회 가면 누구를 체포하겠냐'고 물었을 때 한숨을 크게 쉰 이유가 무엇인지 그에게 물었다.
이에 박 전 과장은 "(당시에) 당연히 시민들의 집단적 행동에 대해 제지하거나 조치한다고 생각했다"며 "그 인원(10명)으로 많은 인원들 사이에서 체포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평소 활동에 비하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그 상황이 너무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체포 대상자가 정치인인 것을 언제 알았냐는 물음에 박 전 과장은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후인 새벽 3시 '누구를 체포하려 시도했다'는 보도를 본 후라는 취지로 답했다.
계엄 해제 이후 이 전 계장에게 '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 했다'고 말한 이유에는 "밤새 뉴스를 보다 보니 부당한 위법적인 일들이 시도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부연했다.
반대신문에서 윤 치안감의 변호인은 방첩사 체포조에 지원된 인력이 어떤 목적인지 물었는데, 박 전 과장은 "(방첩사 병력) 인솔의 개념이라고만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검찰이 재주신문에서 "(지원 경찰력이) 많은 사람을 체포해야 해서 부담스럽고 힘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체포조를 안내하는 수준이라 생각했다면 모순이 아닌가"라고 되묻자, 박 전 과장은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이 전 계장이 통화에서 우회적으로 정치인을 체포하는 것을 알려준 게 아니냐고 검찰이 묻자, 박 전 과장은 "전혀 아니다"라며 당시엔 전혀 생각을 못했다"고 부인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문을 재판부에 증거로 신청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24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재판에서도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을 증거로 신청했다. 국헌문란 목적 등을 입증하기 위한 취지였는데, 김 전 장관 측은 이에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와 더불어 내란 혐의로 군사법원에 기소된 군 장성 5명의 증인신문조서, 증인들의 발언이 담긴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회의록도 신청했다.
혈액암 투병 중인 조 청장은 항암치료를 이유로 이날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도 나오지 않아 윤 치안감만 출석했다.
사회부 법조팀 김 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