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하지만 그 제도는 이제,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불법 체류자 양산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식 입국한 계절근로자조차 무단 이탈하는 일이 빈번하며, 이들을 조직적으로 유인해 취업시키는 인력 브로커와 불법 대기소가 그 뒤를 받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어촌 현장과 지역 사회가 감내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인건비 상승,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근로자 돌발 이탈로 인한 운영 마비 등이 속출한다. 특히나 농가와 외국인 근로자 간의 신뢰는 점점 무너지고 있으며, 합법적으로 일하려는 외국인 근로자들마저 ‘잠재적 이탈자’라는 불신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다.
정부는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인력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장 단속은 지자체 인력에 의존하는 실정이며, 그마저도 업무 과중과 민원 폭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단속 업무에 동원된 공무원들이 스트레스와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상황은 이제 낯설지도 않다.
게다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부 지자체의 ‘쉬쉬하는 태도’다. 무단 이탈자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외부에 공개하거나 적극적으로 조치하기보다는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감추기에 급급한 분위기가 팽배하다. 실제로 한 해 평균 약 40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이탈하는 지자체도 있지만, 그에 대한 보완 대책이나 재발 방지 시스템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탈률이 높은 지자체일수록 실적과 연계된 행정적 불이익을 피하려고 은폐하는 경향까지 일부 존재한다는 점에서, 제도의 신뢰성은 더욱 흔들리고 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불법 체류자를 고용한 고용주는 최대 3천만 원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1인당 최대 2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며, 재범 시 외국인 고용이 금지되는 행정처분도 따른다. 그러나 이 모든 처벌조항도 실제 적발과 공정한 집행이 따르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이제는 ‘알면서도 방치하는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공조 단속이 절실하다. 고용노동부, 법무부, 출입국사무소, 지방자치단체가 한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불법 인력 브로커에 대한 전담 수사 조직을 두고, 지자체 역시 계절근로자 이탈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리해야 한다.
더 나아가, 공공 주도의 통합 인력 대기소 운영, 근로자·고용주 간 계약 전산화, 이탈 추적 시스템 도입 등 실효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이를 통해 불법 근로자 문제를 제도적, 현장적으로 동시에 틀어막아야 한다.
불법 근로자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적 과제다. 농촌을 살리겠다고 만든 제도가 농촌을 병들게 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단순히 단속 당국이 아닌,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며 묵인해 온 사회 전체의 몫이다.
호남 보도국 조경수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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