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5명, 기획사 지위 가처분 심문 출석
어도어 측 "정당 사유 없이 계약해지 통보"
뉴진스 측 "소속 가수 보호의무 조치 안해"
"하이브 사람으로 채워져 신뢰 못해" 발언
새로운 팀명 '엔제이지(NJZ)'를 내세워 활동을 강행한 뉴진스 멤버 5명과 소속사 어도어의 전속계약 분쟁 관련 재판이 7일 시작됐다.
이 사건 채권자인 어도어 측은 뉴진스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해 기획사 지위가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했고, 채무자인 뉴진스 측은 하이브의 차별·견제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해지 사유가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판사 김상훈)는 이날 오전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를 상대로 낸 광고계약 체결금지 및 기획사 지위보전 가처분 사건의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가처분 심문에 당사자 출석 의무는 없으나 뉴진스 멤버 5명은 이날 직접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장은 이 사건 채무자인 김민지, 팜하니, 다니엘, 강해린, 이해인 등 멤버 5명의 이름을 순서대로 호명하며 출석을 확인했다.
멤버 5명은 모두 검은 정장을 입고 허리를 곧게 편 상태로 심문 내내 재판부를 바라 봤다.
◆어도어 측 "소속사 지원으로 성장" vs 뉴진스 측 "하이브 차별에 방관"
이번 심문은 어도어가 여전히 뉴진스의 기획사 지위에 있음을 인정받고 자사의 승인이나 동의 없이 멤버들이 독자적으로 광고활동을 벌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송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어도어 측은 멤버 5명이 일방적으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으며, 뉴진스의 성장에는 어도어의 적극적인 유·무형의 지원이 있었다는 등 정당한 해지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어도어 측 법률대리인은 "뉴진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걸그룹 중 하나이고 뉴진스의 성공에는 멤버인 채무자들의 재능과 노력이 가장 큰 기여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뉴진스의 성공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일리스트, 음악과 영상 담당자, 안무가, 매니저 이르기까지 50여명의 직원들이 채무자들의 연습생 시절부터 오로지 뉴진스의 성공만을 위해 불철주야 헌신했다"며 "이런 성공의 배경에는 채권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전속계약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멤버 5명이 새 팀명을 발표하고 새 기획사와 계약하겠다고 알리는 등 전속계약 위반 행위를 쌓아가고 있다고도 했다.
어도어 측 법률대리인은 "채무자들이 해지사유로 내세우는 사정을 보면 하이브가 채무자를 싫어하고 차별한다는 것"이라며 "전속계약 해지 여부가 다퉈지는 아른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불공정 계약, 정산 문제, 연예활동 기회 부재 등은 이 사건에서 거론조차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사 지위는) 계약만료인 2029년 7월31일까지 유효하고 중요한 의무 위반한 경우에 한해 해지가 가능하다. (어도어는) 전속계약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임무를 모두 충실히 했다"며 “일방적 계약 파기는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발생시킨다"고 강조했다.
뉴진스 측은 어도어의 모회사인 하이브가 소속 그룹들과 뉴진스를 차별하고 견제하는 행위가 계속되는데도 어도어가 이를 방관해 전속계약 의무를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멤버 5명의 법률대리인은 "하이브와 타 레이블(자회사)이 부당한 행위를 했는데 채권자는 예방 조치나 사후 조치를 취할 능력이 없다고 자인했다. 다른 기획사에서 발생했다면 어디도 채권자처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이브와 타 레이블은 채무자들을 계속 차별, 견제하며 배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속계약 해지의 적절성이 법원 판단을 받을 때까지 활동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멤버 5명은) 소속사에 묶여 있어야 한다"며 "전속계약을 노예계약처럼 운용한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시간을 끌면 연예계에서 도태된다"고 덧붙였다.
또 하이브가 자회사 주식의 75% 이상을 보유하는 등 어도어가 독립적으로 의사결정 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여서 사실상 하이브의 과실은 어도어의 과실이며 전속계약 해지 통지는 적법·정당하다고도 강조했다.
뉴진스 측 법률대리인은 "하이브는 민희진을 마녀사냥하고 뉴진스 죽이기를 했다"며 "민희진에 대한 일방적인 축출은 뉴진스에게 중대한 매니지먼트 의무 위반이다. 민희진은 음악과 뮤직비디오, 안무 스타일링에 있어서 독보적으로 성공적인 걸그룹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이브와 채권자는 민희진뿐만 아니라 뉴진스까지 매장하려 했다. 아무런 잘못 없이 희생을 강요당했고 뉴진스 소속사로써 마땅히 해야 할 보호의무를 이행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자인해고 있어 중대한 전속계약 위반 행위"라고 덧붙였다.
◆뉴진스 "어도어, 하이브 사람으로 채워져" 직접 발언
뉴진스 멤버 5명은 재판부를 향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해지 통지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하이브로부터 어떤 부당한 대우가 있었는지에 대해 직접 호소했다.
강해린은 "저희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하이브와 다른 레이블(자회사)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어도어 태도를 보면서 무력감을 느꼈다"며 "마땅한 해결을 해주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 너무나 힘들었고 믿음과 신뢰가 무너진 회사와는 앞으로 일을 하기 어려울 거 같다"고 말했다.
다니엘은 "대표님(민희진)께서 갑작스런 공격을 당하시고 언론에서 말도 안 되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며 "나쁜 얘기들이 어디서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지 사람들이 말을 다 믿고 있는 거 같아 마음이 아팠다. 대표님을 이렇게 잃게 될까 봐 너무 두려웠다"고 울먹였다.
이해인은 "하이브의 사람으로 바뀌어버린 어도어는 멤버들이 그 어떤 부당한 처사를 겪든 보호할 의지조차 없고 한명 한명 민 대표님처럼 진심으로 아껴주시지도 않는다"며 "한명의 인간으로서의 앞날이 너무나도 막막하고 캄캄하게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팜하니는 "거짓된 주장으로 저희가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게 뒤에서 계속 방해하면서 앞에서는 같이 일하고 싶다고 하는데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말"이라며 "어도어가 신뢰 없는 하이브 사람으로 채워져 믿음이 안 가는 그런 회사와는 활동이 어려운 상황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지는 "우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소속사가 있는 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차별적인 공격을 해왔다"며 "컴백을 앞두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불안을 오로지 5명이 감내해야 했다. 정말 오래 이어져 온 괴롭힘과 차별은 큰 상처가 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추가 증거나 자료를 제출받은 뒤 오는 14일 심문을 종결하기로 했다.
뉴진스 멤버 5명은 재판을 마친 뒤 법원 밖에서 취재진과 만나 "평소 저희가 겪은 부담감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드릴 수 있었던 거 같아 후회는 없었다"고 말했다.
문화연예 한지실 기자